업무상 재해
정기휴일 없이 하루 11시간 이상 근무하다 심장질환으로 돌연 사망한 마트 판매부장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정부의 '과로 기준'인 주당 평균 60시간이 넘게 가전제품 판매 업무를 하다 사망한 직원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김정중 부장판사)는 한 마트의 판매부장으로 근무하다 숨진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11월25일 오전 출근 직후 매장 입구 통로에서 가슴통증과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같은 날 사망했다. 2006년 해당 마트에 입사했던 A씨는 흉통을 호소하며 여러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이후 판매부장으로 승진한 A씨는 2014년 비대성 심근병증 진단을 받았다.
A씨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요구했지만, 공단 측은 거부했다. 이에 불복한 A씨 유족은 "지병도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악화되거나 증상이 나타났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근무시간을 마트 영업시간에 점심·휴게시간을 제외한 9시간30분으로 봤지만, A씨는 영업시간 전후로 매장을 정리하고 업무 특성상 손님이 없을 때 쉬어야 해 실제 하루 11시간20분 근무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정기적으로 쉬는 날 없이 휴무일을 정했고, 휴무일에도 교육을 받거나 단체산행에 참석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A씨의 실제 근무시간은 고용노동부가 정한 과로기준(주당 평균 근로시간 60시간)을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근로 계약서상 A씨의 근무시간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지만 실제 근무시간은 영업준비와 마감 후 정리시간을 포함해 오전 9시 20분부터 오후 9시 40분까지였다는 점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또 A씨의 휴게시간이 손님이 없을 때 쉬는 방식으로 하루 평균 근무시간이 11시간 20분에 달한다는 점도 고려했다.
법원은 또 A씨가 앓고 있던 심장질환이 과로와 스트레스로 악화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지병인 심장질환이 사망 무렵 과중한 업무에 따른 과로와 실적 악화에 따른 스트레스로 급속하게 악화해 갑자기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만성 과로와 실적 스트레스로 지병인 심장질환이 급속하게 악화되거나 심실빈맥 증상이 나타나 사망에 이르렀다며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했다.